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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사이코(Psycho).. 송정 서부길

by 파자.다정.설야 2010. 3. 10.



사이코(Psycho)


 
.. 아버지의 뒷모습 .. 눈이 내린다. 도시의 회색 빌딩숲에도 그리고 병실의 창문밖에도 나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가족을 생각했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새해에 내린 첫눈, 그날 난 새벽에 일터로 떠나시는 아버지께 우산을 씌어 드리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아버지께 멍에를 씌어드린 내 자신이 죄송스러워 “아버지 죄송해요”하며 버스가 떠나는 끝을 계속 응시하곤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 하지만 올해에도 더욱 힘겨운 무게로 아버지를 기대고 있다 아버지 사랑해요 김 0 0 환우
 
 

.. 사이코(Psycho) ..


글 / 서 부 길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들과 탁구를 즐긴지 5년쯤 된다.


그럼에도 실력이 신통치 않은 것은
기본기가 부족한데다 운동 삼아 즐기다 보니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출석율만큼은 개근상을 받을 만큼 열심이다


장소관계로 탁구대가 하나밖에 없음에도
선수는 10여명이나 되어
복식 ‘토나멘트, 게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기면 계속치지만 지면 대기하는 신세가 되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파트너 선택이 중요한데
식사 후 모여드는 순서대로 짝을 맞추니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보통 주말에는
온몸이 갑갑하고 쳐지는것 같아
출근을 서두른 때도 있으니
과장하자면 탁구‘매니아,
수준이라고나 할까
간편하게 실내에서 즐기면서
땀을 내는 운동효과로

오전 ’스트레스, 풀고
상쾌한 기분으로 오후업무에
전념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헌데 문제는 탁구장으로
비워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
결국은 노후되어 철거할 건물3층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빈 건물이라
공간이 넓어 탁구대를 두 대나 비치하고
그물망을 설치하여
공이 튀어나가지 못하게 준비도 했다

창문틀이 모두 뜯겨지고
집기도 치워져 을씨년스럽지만
오히려 환기가 잘되고 채광도 밝다
더구나 드나드는 사람이 없어
‘화이팅, 을 외치거나 ’스매싱, 성공후 소리를 질러도
뭐랄 사람이 없으니 좋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우리들의 탁구게임을 훔쳐보는
눈길을 의식하게 되었다


뒷건물의 창살틈새로
모습이 희미한 누군가 흡사 장승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것이 아닌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지만
우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구경하는 고정팬을 확보한 셈이다.


그 건물은
시도 때도 없이 괴성과 노래,
울음소리로 신경이 곤두서는 곳,
세상과 차단된 암울한 벽속에서
그는 쇠창살틈새로 우리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보란듯
열심히 공을 쳤고
은근히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침묵,
움직임 없는 침묵뿐이었다


이 건물은 소위 말하는 정신병동


내가 근무하는 재단 시설중
한곳인 정신병원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곳 인지도 모른다

정신이 온전치 못해
격리치료 받고 있는 
사이코(Psycho)환자 들인 것이다.


사이코중 대표적인 정신분열병은
우울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정신질환으로
100명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병명처럼 정신이 분열되는 병이 아니고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만성화 과정을 밟으며
생각, 감정, 행동, 의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질병인 것이다


직접적인 뇌의 이상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
사회적요인, 유전과 스트레스취약요인등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증상은 잘못된 신념
혹은 믿음을 갖는 망상과
실제로 없는 것을 당사자만이
느끼는 환청과 환시
그리고 말을 알아듣기 어렵게 횡설수설하기도 한다.


치료는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회복시키는
약물치료와 입원치료등을 병행하며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도 함께 한다 

대개 약물과 재활치료외에
특수치료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자극과 즐거움,
성취감을 갖게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기위해
미술과 음악
그리고 사이코드라마,
시청각, 운동,
그리고 작문 및 시, 치료요법도 있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분기별로 발행되던 병원 회보에는
이들의 작문 및 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게재되곤 했었다.

내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읽었던
두 편의 시는 맑고 순수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7,8년 전쯤 되었을까
그 시를 접한 내겐 충격과 놀램이었다.

소위 정신병자가
깊은 사유(思惟)를 통해
온전하게 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 했던 나의 불찰이었다.


시(詩)의 작자는
지금쯤은 퇴원하여
웅숭깊은 시상(詩想)에 젖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소개한다.



.. 아버지의 뒷모습 ..


눈이 내린다. 도시의 회색 빌딩숲에도

그리고 병실의 창문밖에도

나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가족을 생각했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새해에 내린 첫눈, 그날 난

새벽에 일터로 떠나시는 아버지께

우산을 씌어 드리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아버지께
멍에를 씌어드린


내 자신이
죄송스러워
“아버지 죄송해요”하며



버스가 떠나는 끝을 계속 응시하곤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




하지만 올해에도
더욱 힘겨운 무게로
아버지를 기대고 있다




아버지 사랑해요



                                  김 0 0 환우








.. 첫 눈 ..







지난날을 생각할 때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며



낭만을 꿈꾸어 왔던 시절이 어제인가 했는데




40대 초반에 들다보니



나의 진정한 내 모습에 눈시울이 젖어진다.




꿈 많았던 그 시절 왠지 다시 태어난다면 좀더



활기차고 항상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만이 날뿐이다




밖에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다



더욱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이 너무나 아름답기만 하다




왠지 동심의 세계로 가고픈 생각만이 날뿐이다




눈을 보면서
새로운 나의 마음속 각오를 다져본다




                                  이 0 0 환우



나는 이시의 작자인 환우(患友)를 모른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관례에 따라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용으로 보아 남자일 가능성이 짙다.

미안하고 아쉬운 과거에 대한
후회와 고뇌, 미래에 대한 갈망을 담담하고
가슴 시리게 쓴 인간적인 글이 아닌가.


오늘도 나는 쇠창살틈새로
응시하는 시선을 의식하며
열심히 탁구공을 친다.

그것은 기다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며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것마저 중단될 때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그도 희망을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던
「보니와 크라이드」가 아니더라도

분명
오늘보다 나은 것은
내일일 것이다

내일은 바로 그에게 희망이기 때문이다.
빠른 쾌유를 빈다.
 
 
 사이코(Psy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