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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살아내고 살아내신 다음엔.. 글 / 이영균

by 파자.다정.설야 2010. 11. 11.

 

.. 살아내고 살아내신 다음엔 ..
.. 글 / 청산 이영균 ..

그 사람을 생각하면 웃음이 피고
그다음엔 울음이 나신단다.

그해는 가지가 찢어지도록 감이 열었는데
그 사람 시집오면서 죄 다 묻혀 오고
어느 해엔가
11월에 까치밥마저 떨어졌단다.

(속절없다고 탄 한들, 간 년은 간 년이지
아무튼 아들딸 낳고
내 집 오길 풀방구리 드나들듯
문풍지 다 헤지도록 자주 오렴
꽃신에 꽃물 곱던 널 보면 고와서 웃음이 피고
멀리 보낸 내 눈엔 눈물이 난다.)

처가 가는 언덕 어귀에서 보니
샛문 열어 놓고
석삼년씩 세 고개를 넘도록
멀리 간 딸 배 곯을세라
동편 엿보기를
굴뚝연기 해넘이 눈 흘기듯 하시니
이제나저제나
살아내신 세월 굽이굽이 서럽던
감나무 우듬지 까치밥인 듯

그 사람을 생각하면 웃음이 피고
그다음엔 울음이 나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