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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구겨진 체면, 설상가상이란 말 .. 글 / 이영균

by 파자.다정.설야 2009. 12. 29.


.. 빌어먹을 ..

글 / 이영균 - 첫 단추 - 새 양복에 빨간 넥타이로 첫 출근길에 나섰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일까?’ 오래된 우산은 속으로 눈물을 뚝뚝 흘린다 황급히 버스로 다가가다가 빗물 재래를 받았다 ‘어쩐지 만원사례인데도 양보를 하더라니’ 비웃음이 차가운 봄비처럼 뼛속을 파고든다 구겨진 체면, 설상가상이란 말 버스에 오를 때 토큰이 떨어져 하수구 수챗구멍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걸어야 했다. 그날부터 그 먼 거리, 그 긴 세월 구두창에 우둘투둘 지면이 찔려왔다 차들의 속도는 마치 광속 같았다 커피가 다 식었다 겨울비는 그렇게 창밖에 내리고 있다 삼십 년 전 그날도 그 카페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라고 음악은 말했다 빌어먹을 여전히 창 얇은 구두 별을 꿰든 발자국이 겨울비에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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