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산사에 다다르면 산이 익은 해를 불러들이고 혼자 성숙한 구절초가 반기며 억새는 하늘을 붉게 칠하고 있으리라. 고요한 어둠이 사방에서 이렁이기를 기다려 낯익은 친구같은 달빛을 이불처럼 포개어 피곤한 몸을 누이면 고향보다 더 아늑한 꿈이 다가오리라. 원망하다 구름같이 떠났을지도 모르는 대책 없이 사랑했던 이들의 소식을 묻다가 맑은 아침이 흔드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면 다시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도 어쩐지 상큼하여 어디쯤 누군가 하나 날 찾아나서 이리로 오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발 놓을 자리를 치우게 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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