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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바람 하나 .. 글 / 최계철

by 파자.다정.설야 2009. 6. 29.



마지막 산사에 다다르면
산이 익은 해를 불러들이고
혼자 성숙한 구절초가 반기며
억새는 하늘을 붉게 칠하고 있으리라.

고요한 어둠이 사방에서 이렁이기를 기다려
낯익은 친구같은 달빛을 이불처럼 포개어
피곤한 몸을 누이면
고향보다 더 아늑한 꿈이 다가오리라.

원망하다 구름같이 떠났을지도 모르는
대책 없이 사랑했던 이들의 소식을 묻다가
맑은 아침이 흔드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면
다시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도
어쩐지 상큼하여

어디쯤 누군가 하나 날 찾아나서
이리로 오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발 놓을 자리를 치우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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