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슴언저리

넘치도록풍부하게

by 파자.다정.설야 2008. 9. 20.

... 넘치도록 풍부하게 ...
사실 전세 집에라도 옮긴 후 가족을 늘이자는 계획이었겠으나 세상일이 뜻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국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딸아이는 직장을 놓았고
부족한 대로 또래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2세의 꿈을 키워왔다.
이세상 어느누구라도 자녀 향한 정성에 인색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전란 후 살기 급급했던 내 세대 즈음의 사람들에게는 사실 만삭이나 되어야 이제 때가 되었나 했고 이어 어버이가 되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거듭하면서 성장해온 태교 문화의 사회적 관념과 순리에 나름대로 적응해오던 딸애는
결국 알곡에 태양 빛 가득한 계절을 맞아 열 달 만삭의 배를 풀어놓은 것이 정말 어제 같은데 돌날이 된 것이다.
넉넉하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자랑스럽게 잘 커온 내 딸..
생각해보면 내 자식이 귀중한 만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어찌 그리도 큰지 흘러간 것에 연연해 봤자 마음만 타기에 항상 털어내야 한다라고
골천번을 다짐하건만 여전히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들척여 대는 시간 속에서 세월은 흘러 이처럼 할머니가 됐으니 말이다.
또한 사람 사는 풍경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며 내 자신이 쉬이 살기 위한 욕심의 허용한도를 적정한 삶의 실정에 맞도록 빗장을 채우고 살아온 일생이
이제 문설주에 기우는 황혼에 이르러 지나간 것들을 들추어 본들
결코 아름다운 알맹이로 달리 포장 될 수 없는 생의 모습이었다면
실상 이만큼만 한것도 감지 덕지라 자부해야 할 이 좋은 날에 결코 보탬이 되지 못하는 내 세월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밀려오는 사연들 또한 어찌 막을 수 있으리오.
어버이 그늘에 함께했던 보리고개. 좋은 사람만나 내님이라 했는데
그사람 또다른 길에 등불을 켜니 하늘마져 노랗던 삶.
자식 목구멍으로 밥 넘어 가는 소리에 왜 목이 메이던지 여하튼 이런 저런 일들이 돌이켜 지건만
정작 뒤돌아 보고 또 봐도 한숨과 눈물의 시간들이 엉켜드는데..
위로와 반성과 구원을 위한 기회조차 계획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처럼 채울 것 많았던 나의 생이었으나
이제 떡 조각을 집어주며 기뻐하는 딸 내외 못지않게 건강히 돌을 맞이한 아기는
마치 천지창조의 뜻으로 이루어 놓은 희말라야의 능선과 같은 이마에 귀는 열고 닫음에 부끄럼 없을 터이고
어려운 곳에 등불이 될 눈과 입가에 흐르는 덕망으로 온통 세상을 끌어드릴 가슴에 가장 좋은 일로 쓰임 받기 위하여 가야 할 곳과 때를 호흡하므로서
분명 빛과 소금의 역사를 강건하게 담당할 수 있도록 인내와 노력으로 평강된 생을 약속받았으니
이는 바로 언약의 선물일진대 또한 어디 한군데 축복 아닌 것이 없지 않은가.
바라건데
이제 두 팔 벌려 하늘처럼 땅만큼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며 열어갈 앞으로의 자손만대에
영원 무궁한 광영이 넘치도록 풍부하기를 기원한다.

- 일간지게재작_

  축복가운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