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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배희철 눈편한 안과 원장님.. (칼럼) 중국 대련에서 누린 행복

by 파자.다정.설야 2013. 2. 12.

.. "눈약" 세계 최초의 모니터 눈지킴이 ..
.. 중국대련에서 누린 행복 ..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는 영종대교 위를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맨살을 드러낸 서해안의 뻘밭은
듬성 듬성 자라난 붉은색의 수초와 더불어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해외 안과의료봉사를 참석한 게
개인적으로 3회째가 되었습니다.

맨 처음 참석한 것은
2002년 9월에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있었던
Free Eye Camp였고
이후 단동 Camp를 거쳐
이번엔 대련에 오게 되었습니다.

자력으로 팀을 꾸려
외국에 봉사진료를 나가는 것은 무리인지라
명동성모안과 김동해 원장이 이끄는
NGO인 VCS(Vision Care Service)를 통해
수월하게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2번의 Camp 참석경험을 통해
이번 대련 Camp도 좋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일에 동참하는 것이지만 사실 개원의로서
병원을 비우고 단기간 외국에 나가
의료봉사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수입 면에서도 손실이 만만치 않습니다.
오히려 병원 비우는 것 때문에
내원한 환자분들의
질타를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VCS Camp는
이 모든 핸디캡을 상쇄하고도
남는 보람을 매번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싱가폴에 살고 있다는 김0윤(고3)학생의 아버지는
딸의 Camp참가를 위해
일부러 한국까지 나오신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박0민(고3), 이0균(고1), 이0제(고1) 등이
방학을 맞아 자원봉사 경험을 쌓기 위해
나왔다고 합니다.

VCS Camp도 벌써 9년째이고
횟수로는 78회(10월 현재) 22개국에 이릅니다.

자녀들과 함께 참석하시는
안과학회회원들도 그간 많이 계셨고
의과대학생들도 여러 명 다녀갔다고 합니다.

Camp를 통해서
자녀들은 안과의사인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생생하게 보게 되고
한국에 있을 때는 별로 없었던
특별한 교감의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이들 중 의과대학 진학자가 많이 나오고
의과대학생들 중에는
안과 전공의가 나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되기도 하였습니다.

대련국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항상 현지에 도착하면
통관이 문제가 됩니다.

이번에는 인공수정체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지 Camp협력단체인
대련시 홍십자회 즉 적십자의 관계자가 나서니
금방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파워가 장난이 아닙니다.

알고 보니 대련 홍십자회는
현직 부시장급이
당연직 홍십자회 회장을 한다고 합니다.

이 홍십자회와
연결을 해준 분이 있습니다.

대련거주 한인 상경회장과
대련CBMC(기독실업인회)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기택회장님이 그간 대련 홍십자와
심장병 환아 수술을 중재하며
탄탄한 관계를 쌓아오신 것입니다.

도착한 날은
주로 진료현장을 확인하며
짐을 부리는 것이 제일 큰 숙제입니다.

진료와 수술을 진행할 장소는
대련의과대학 제1병원안과에서
제공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일단 의과대학 강의실을 빌어
가져온 짐을 내려 두었습니다.

수술실 세팅은
다음날인 월요일에 가능하다고 해서
인근에 있는 ‘뤼순감옥’에 견학하였습니다.

봉사진료하러 와서
무슨 관광지냐 싶은 생각에
좀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스케줄에 따랐습니다.

안중근의사가 투옥되고
사형된 장소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일제가 중국인들에게도
심한 만행을 저지른 현장이기도 하였습니다.

음산하고 음울한 감옥의 분위기,
그리고 각종 고문도구와
교수형장 등을 보며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있기까지 수고하신
선열들의 피와 땀의 의미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CS Camp의 아침모임은
소중한 시간입니다.

동참하신 목사님께서
경건의 시간을 이끄셨습니다.

서로를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추스리는 시간과 계획의 확인
그리고 기도가 필요합니다.

귀중한 동역자인 강구봉 원장님,
이우석 원장님과 Camp 참석자 모두가
함께한 아침이었습니다.

월요일 오전에는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Camp 기념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련 홍십자회,
대련의과대학병원장,
안과과장 등과 Camp에 진료받기 위해 온
환자 및 보호자들과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정신 없이 마쳐졌습니다.

오후부터
수술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실 장비 세팅이 급한데
이런 눈에 보이기 위한 행사로 인해
준비가 지연되는
것이 좀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Camp가
앞으로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홍보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졌습니다.

대련의과대학
제1병원의 수술실의 규모는
비교적 크고 잘 정비된 느낌이었습니다.

꼼꼼한 수술실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가져온 물품을 반입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세팅을 끝내고
수술을 시작한 것은 오후 2시로 좀 늦었으나
‘마시앙’주임교수가
함께 수술을 진행해주어서
목표량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래에서는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서로 먼저 진료를 보겠다는 통에
이를 정리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냉방 장치에 문제가 있어서
강의실 공간이 찜질방을 방불케 했을 터인데
강원장님께서 팀원들을 이끌며 선방해주셨습니다.

Camp에는
좋은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봉사하러 온 좋은 마음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쉽게 불평과 짜증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강구봉 원장님의 차분하면서도 침착한 언행이
첫날의 산만함을 무마시키고
대원들이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수술실에서는 이우석 원장님의 유머와
원만한 리더십을 보며
함께한 동료선배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련의과대학병원 수술실밖에는
별다른 대기 공간이 없었습니다.

앉을 의자도 없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술대기자들에 대한
안내 및 수술전 처치를 위해 동참한
학생들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맡은바 임무를 잘해주었지만,
고 3 동기생들인 김0윤과
박0민의 활동이 특별했습니다.

즉석에서
중국어 율동을 준비하여 대기하느라
지쳐있는 환자들에게‘
사랑하고 축복한다’는 의미의
귀여운 율동을 선물한 것입니다.

수술실내의 의료진에게도
이들의 밝은 미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를 하루 종일 고생했음에도
조금 더 늦게 끝나는 수술팀들이
외래대기실로 올 때면 모두들 기립박수해주며
격려를 해줍니다.

서로 감사하는
풍성한 저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술받고 고마워하는 환자분들의 미소는
행복 보너스가 됩니다.

대련의과대학의 수술실 풍경은
한국의 여느 대학병원과도 같습니다.

그 중 좀 넓은 1번 방에 Microscope 2대와
우리가 가져온 1대를 포함한
2대의 Phaco machine을 사용했습니다.

현지의 장비는 발전하는 중국답게
최신의 장비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과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좀 관리가 안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은 2 Bed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술 전 잠깐 환자분과 집도하는 나
그리고 보조하는 직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러한 행동이 금기 시 된다고 하니
첫날은 좀 답답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금기를 무시하고
잠깐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수술을 집도하였습니다.

한국어를 못 알아들으시는
환자분들이지만 이내 안정을 취하고
수술에 협조가 잘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참 신기한
기도의 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Camp기간이 짧아
실제 수술한 날은
3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성실하게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어서
90건의 백내장 수술과 3건의 익상편 수술을
집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경과관찰인데
대련의과대학 안과 마 주임교수에게
차트를 만들어 드리면서
잘 부탁하였습니다.

그도 흔쾌히 환자분들을 돌보겠다고 하여
마음이 놓였습니다.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Camp 마지막 날 저녁에는
VCS사역의 취지에 감명받은
중국인 사업가의 식사초대가 있었습니다.

원래 공무원으로 생활하다가
40대에 이르러 설비관련업종으로 창업한 후
갖은 고생 끝에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분이라고 합니다.

사업상
한국과 일본을
자주 드나든다고 합니다.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의 대부분이
학생인 점들에 착안해
그분께 질의 응답시간을 청했습니다

여러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참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타국의
인생선배와의 좋은 상담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Camp에서만 3회째 현지인들과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회식자리와 마찬 가지로
이곳의 식사초대는 사교의 시간입니다.

중국인들은
특히 식사교제를
중요시 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데
이를 간단간단 집어 들면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석한 고등학생 하나가
초대해주신 분에게
‘관계’ 맺는 법을 묻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Camp에 참석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서로
깊숙이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게 좋아서
2회째 참석했다고 합니다.

어디 가서도
이런
경험들을 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진정한 사귐은
남을 돕는 중에 생기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VCS Camp는 매월 진행됩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이루어 지는 만큼
모든 나라의 Camp에 참석해보는 도전도 좋고,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방문하여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나의 경우는
후자로서
최근 4년은 계속해서
중국과 동북아시아에 집중하고 있는 편입니다.

매년 발전하는
이들 지역을 돌아보는 즐거움도
보너스로 얻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누군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많은 이들이
이 일에 동참하여
나와 같은
행복을
맛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11. 11. 7
눈편한안과 원장 배희철


물론, 수술받고 고마워하는
환자분들의 미소는
행복 보너스가 됩니다


둘째 날부터는 금기를 무시하고
잠깐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수술을 집도하였습니다

진정한 사귐은 남을
돕는 중에 생기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