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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 내 딸이 시집을 간대요" 정파 심종은

by 파자.다정.설야 2014. 3. 9.

.. 내 딸이 시집을 간대요 ..

                                                         정파 / 심 종 은


올해 들어 일찌감치 봄바람이 불어오더니만 내 딸이 시집을 간대요, 글쎄
부리나케 꽃샘추위가 시샘을 떨더니만 내 딸이 시집을 간대요, 글쎄
전월세를 거듭하며 이삿짐나르기 십여 년에 그래도 행복했던 건 우리 딸이 보여준 사랑의 미소였지요
오빠를 따라다니며 곱게 고옵게 자라온 너 항상 조용하고 수줍음이 물씬거리던 너
수험준비하느라 밤샘공부로 고3 시절 학교 가고 돌아올 때를 기다리다 거의 매일 자가용에 동승할 때면 아빠는 학교와 직장을 오가는 제2의 부모 수험생도가 되어갔지요
그런데, 숨겨둔 딸의 비밀일기장에서 멋진 글솜씨를 발견하고 시인 아빠 닮았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으나 엉뚱하게 공대로 진학을 가버렸거든요
글 뿐인가 수학이나 과학도 너무 잘해서 물리연구에 재능있다며 학교 선생님이 늘 칭찬해주는 것이어서 엄마는 자기를 닮았다고 광분하더니만 엉뚱하게 과외선생이 돼버렸지요

술 고래 아빠가 삐뚜리되어 돌아와도
그렇게 반가워할 수 없었지요
노쇠한 할머니랑 함께 잠자리에 들어도
와병중인 신음에 싫은 내색도 않았거든요
그런 내딸이어서 너무 좋았지요 
 
그러다가 부모생각한답시고 몰래 스쿠터 타고 다니다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게 되었을 때는 하늘이 노랗게 변해버린 줄 알았어요
언제나 철부지같다며 엄마는 늘 걱정이지만 아빠는 믿어요 우리 딸이라서 무조건 믿어요 늘 우리 딸이 자랑스럽거든요
늘 품안에 있을 것만 같던 딸이었는데 바로 내일 모레면 내 곁을 떠난데요, 글쎄 이제 가슴이 뭉클거리기 시작해요
언제나 착하고 순수한 모습에 곱게 고옵게만 자란 귀염둥이라서 늘 안아주고 싶은 딸이어서 아주 딸을 잃어버리는 듯한 애틋함에 눈물이 절로 글썽거려요
사랑하는 내 딸이 키도 작고 병치레도 잦아 안타까움이 많았던 내 딸이 이렇게 나이가 들어 마침내 시집을 간다네요, 글쎄

<남자친구랑 외출한 딸의 서재에 앉아>
축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