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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골짜기

낡은 옷 한 벌 벗기지 못하고

by 파자.다정.설야 2009. 10. 14.
 



.. 가을 바라기 ..
글 / 최명희


태양이 내면을 들여다본다.
낯이 뜨겁다
눈 아닌 것들 뒤에 숨고 싶다

나무 그늘에나
전봇대 그림자 뒤에 태양을 가리고
속삭여볼 일이다

양심을 빛에 광합성 시키지 못한 그리움으로
고회성사를 하고 싶다

지구에 불법체류
낱낱이 나를 펼쳐 놓고
해체하는 일로 풍요롭지 못한 가을이 슬퍼지려한다

태양은,
낡은 옷 한 벌 벗기지 못하고
바람의 취조에 들어갔다

아직, 빌 곳이 없다

나무들이 봄부터 충언을 해왔다
이명소리 가득 찬
한 잎
머리를 쓰다듬던 기억
안으로 종소리를 듣다

단풍 들 무렵

  가을 라기 ( / 최명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