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골짜기

샹들리에와 백열전구와 등잔.. 글 / 최계철

by 파자.다정.설야 2009. 3. 2.
 
 .. 샹들리에와 백열전구와 등잔 ..







 

 


.. 샹들리에와 백열전구와 등잔 ..

밤 그림자만 골라 밟고 다니다가
골목 귀퉁이에 길 잃은 등잔 한 개를 보았다.
먼지를 닦고, 기름을 붓고, 심지를 끌어 불을 대니
등 너머까지 환한 별천지.
저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낸 그동안의 헛살이가 바보스러워
며칠을 한탄하였다.

우연히 가게 앞을 지나다 만난 백열 전구(電球)
전엔 하나도 보이지 않더니 자꾸 눈에 띄어
잠 못 이루고 갖고 싶어 안달이 나다.
그대는 허접한 빈민의 친구.
내버렸어도 자꾸만 자신만 불쌍해지네.

두 눈은 빈틈없이 거리를 훑는다.
들썩이는 거리는 화려한 조명의 마술단.
어제 저녁이 까마득 먼 옛날 같아
아늑했던 날들은 종적이 없는데
갖지 못하는 것은 수신처가 정해진 유전적 불행.

간질거리는 양심 뭉기어 쫒아 내고
화끈거리는 얼굴 얼음팩으로 가리고,
베르사이유 궁전의 샹들리에를 찾아
열심히 여행 자금을 모으는 중이다.

 

 

 글 /
  
 
 
 

'글 골짜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 글 / 최계철  (0) 2009.03.14
천수답.. 글 / 최계철  (0) 2009.03.10
세연정(洗然亭) 시 / 최계철   (0) 2009.03.02
편 지.. 정파 심종은  (0) 2009.02.04
우리는 하나 | 유연   (0) 2009.02.02